인터미션

인터미션 — 아인슈타인이 직접 설명한 상대성이론

예상 읽기 시간 약 17분

원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이란 무엇인가」(1919)
형식: 원전 번역과 독자 해설의 병렬 읽기

이 글을 한 장으로 읽는 이유

상대성이론을 만든 사람이 일반 독자에게 직접 그 이론의 전체 모습을 설명한 글은 뜻밖에 많지 않다. 논문은 수학적으로 험준하고, 후대의 강연과 책에는 여러 시기의 생각이 겹쳐 있다. 그러나 1919년 11월 런던 《타임스》에 실린 이 글에서 아인슈타인은 수식을 거의 쓰지 않은 채 특수상대론과 일반상대론이 왜 필요했는지, 무엇을 바꾸었으며 어떻게 시험받는지를 한 흐름으로 말한다.

당시의 풍경은 조금 우스꽝스럽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 가운데 하나인 《타임스》는 ‘상대성이론’이라는 완성된 간판조차 잠시 내려놓고, 아인슈타인에게 그저 ‘상대성’에 관해 무언가 써 달라고 청했다. 가장 확실한 설명자를 찾다 보니 결국 이론을 만든 본인에게 부탁해야 했던 것이다. 독자들은 ‘뉴턴이 뒤집혔다’는 대서특필을 이미 보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뒤집혔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혔다. 유명세는 빛보다 빠르게 퍼졌고 이해는 그보다 훨씬 천천히 따라왔다.

이야기는 당시의 보도 열기와 아인슈타인이 받은 청탁 문구에 근거하여, 다소 가벼운 상상으로 시작한다.

막간 — 1919년 《타임스》 편집국, 무성영화처럼

칠판 앞에서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 애쓰는 1919년 타임스 편집진

검증 소식은 도착했지만, 그것을 독자에게 설명할 문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한 편집국.

화면은 런던의 아침 안개를 뚫고 《타임스》 편집국 창문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전신기는 쉴 새 없이 종이띠를 토해낸다. 왕립학회와 왕립천문학회가 일식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태양 곁을 지난 별빛이 휘었다. 아인슈타인의 예측과 맞았다. 뉴턴 이래 가장 큰 과학적 사건일지도 모른다.

편집장은 안경을 고쳐 쓰고 첫 전보를 읽는다. 다시 읽는다. 안경을 벗어 닦고 세 번째로 읽는다. 전보의 글자는 그대로인데 뜻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한쪽 책상에서는 과학 담당 기자가 태양과 별과 지구를 일직선으로 그린다. 옆 기자가 종이를 거꾸로 돌려 본다. 막내 기자는 빛이 휜다기에 자를 휘어 보다가 선배의 눈총을 받고 조용히 자를 편다.

회의가 시작된다. 칠판에는 큼지막하게 적힌다.

뉴턴이 틀렸는가?

잠시 뒤 ‘틀렸는가’에 두 줄이 그어지고 ‘넘어섰는가’가 적힌다. 다시 두 줄. 이번에는 ‘보완했는가’.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 뉴턴의 만유인력은 여전히 사과를 떨어뜨리고 행성을 돌게 하는데, 별빛은 태양 곁에서 휘었다. 이 새로운 이론은 뉴턴을 쓰러뜨렸다면서 뉴턴의 계산도 거의 그대로 돌려준다. 편집국이 원한 것은 제목 한 줄인데 우주는 자꾸 각주를 요구한다.

다른 칠판에는 더 어려운 말들이 줄을 선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중력장’, ‘시공간’, ‘일반공변성’. 박식하기로 이름난 기자들이 하나씩 앞으로 나가 설명을 시도한다. 첫 사람은 공간을 고무막에 비유하다 태양을 어디에 올려놓아야 하는지 막힌다. 두 번째 사람은 움직이는 기차와 번개를 꺼냈다가 시계 세 개를 잃어버린다. 세 번째 사람은 텐서를 말하기 시작하고, 편집장은 회의 시간을 확인한다. 벽시계는 분명 움직이고 있지만 상대론 탓인지 회의 탓인지 유난히 느리다.

그 사이 윤전기는 기다린다. 활자는 준비되었고 독자들은 답을 원한다. ‘빛이 휘었다’는 문장은 인쇄할 수 있다. ‘왜 휘었는가’에서 모든 펜이 멈춘다. 마침내 편집장은 가장 영국적인 해결책을 택한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쓰지 말고, 아는 사람에게 원고를 청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청탁 문구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상대성이론을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쓰자니 편집국이 그 말의 범위를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시공간의 계량구조와 중력의 기하학화를 논해 주십시오’라고 쓰자니 독자는 물론 청탁서를 배달할 사람부터 돌아설 것 같다. 숙고 끝에 모든 것을 품으면서 아무것도 미리 단정하지 않는 하나의 단어가 남는다.

상대성.

편지는 대략 이런 마음을 품고 아인슈타인에게 건너간다. “선생께서 ‘상대성’이라는 대단한 것을 만드셨고, 그것이 검증되었다고 세계가 떠들썩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우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이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릅니다. 부디 독자가 읽고 한 걸음이라도 따라갈 수 있는 글을 직접 써주시겠습니까?”

장면이 바뀐다. 헝클어진 머리의 아인슈타인이 청탁서를 읽는다. 그는 기꺼이 쓰겠다고 답한다. 편집국은 안도한다. 이제 드디어 쉬운 설명이 올 것이다. 잠시 뒤 도착한 원고의 표지를 넘기자 첫 번째 문장이 이렇게 시작한다.

“물리학에는 여러 종류의 이론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구절 하나에 편집장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독자는 기차와 시계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저자는 ‘구성적 이론’과 ‘원리 이론’부터 구분하자고 썼다. 하지만 몇 문단을 더 읽자 편집국의 소동이 잦아든다. 아인슈타인은 상대론의 기묘한 결론을 곧장 해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 결론을 피할 수 없게 만든 원리부터 보여 주려 했다. 이것은 아마 그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설명이었다. 문제는 그의 ‘가장 쉬운 설명’조차 인류에게는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는 데 있었다.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지기 시작한 물리학자가 만났다. 한쪽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문장을 원했고, 다른 한쪽은 먼저 ‘설명이란 어떤 종류의 이론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설명했다. 무성영화라면 여기서 자막이 하나 올라갈 것이다.

검증은 끝났다. 이제 이해가 시작된다.

에딩턴 원정대의 일식 관측 결과가 발표된 직후 쓴 글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것은 승리를 자축하는 해설문이 아니다. 전쟁 직후 적국의 이론을 검증한 영국 과학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이론도 관측 하나에 의해 버려질 수 있다고 선언한 글이다.

아래에서는 전문의 논리적 흐름을 보존하되, 원전 번역 뒤에 짧은 ‘독자 해설’을 붙인다. 수식을 생략하는 대신 아인슈타인이 어떤 질문에서 다음 질문으로 이동하는지 놓치지 않는 것이 이 장의 목표다.

이 장을 읽는 법 — 다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글은 상대성이론을 처음부터 가르치는 교과서가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자기 이론의 골격을 한 번에 보여 주는 조감도에 가깝다. 독자는 앞의 여덟 장에서 만난 기차·시계·질량·엘리베이터·곡률·일식 관측을 여기서 이론을 만든 사람의 목소리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읽는 동안 다음 다섯 고리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경험에서 얻은 원리
    ↓
공간과 시간의 측정 규칙 수정
    ↓
관성계에서 모든 좌표계로 확장
    ↓
중력을 시공간의 기하로 재해석
    ↓
관측이 최종 판정

‘구성적 이론’, ‘원리 이론’, ‘좌표계’ 같은 말에서 잠시 막혀도 괜찮다. 바로 뒤의 독자 해설이 그 문단에서 반드시 붙잡아야 할 한 가지를 다시 말해 준다. 수식은 거의 없지만 생각의 경사는 완만하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독자의 짐을 덜어 주는 대신, 한 계단도 건너뛰지 않는다.

1. 과학은 국경보다 넓다

아인슈타인의 글

“예전에는 활발했던 학자들 사이의 국제적 관계가 개탄스럽게 무너진 지금, 이는 나에게 영국의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에 대한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반가운 기회이기 때문이다. 귀국의 뛰어난 연구자들이 많은 시간과 노고를, 귀국의 학술 기관들이 막대한 물적 수단을 들여, 전쟁 중에 적국에서 완성되고 발표된 이론의 한 귀결을 검증했다는 것은, 귀국의 학문적 작업이 지녀온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전통에 온전히 부합하는 일이다.”

“태양의 중력장이 광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일이 순전히 객관적인 사안이라 하더라도, 나는 영국의 동료 학자들에게 그들의 노고에 대한 개인적인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내 이론의 가장 중요한 귀결이 검증되는 것을 아마 끝내 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설

1919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였다. 독일에서 완성된 이론을 영국 연구진이 검증했다는 사실을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국제성을 회복하는 사건으로 보았다. 여기서 관측은 한 천재의 권위를 승인하는 의식이 아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이 공개된 예측을 독립적으로 시험하는 공동 작업이다.

신문은 아마 상대성이론 설명을 기대했겠지만, 아인슈타인의 첫 대답은 영국 과학자들에 대한 감사였다. 독자를 기다리게 하는 서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론의 핵심 태도를 먼저 보여 준다. 자연의 판정은 국적도 전쟁의 승패도 묻지 않는다.

2. 상대성이론은 어떤 종류의 이론인가

아인슈타인의 글

“물리학에는 여러 종류의 이론을 구분할 수 있다. 그 대부분은 구성적 이론이다. 이런 이론들은 비교적 단순한 형식체계를 바탕에 놓고 거기서부터 더 복잡한 현상들의 상을 구성해내고자 한다. 예컨대 기체의 운동론은 기체의 역학적·열적·확산적 과정을 분자의 운동으로 환원하려 한다.”

“그런데 이 가장 중요한 부류의 이론들 곁에는 또 다른 부류가 있으니, 나는 이를 원리 이론이라 부르고자 한다. … 그 출발점과 토대를 이루는 것은 가설적인 구성 요소가 아니라, 경험적으로 발견된 자연현상의 일반적 성질, 즉 원리들이며, 이로부터 개별 현상들이 만족해야 할 수학적으로 정식화된 조건들이 따라 나온다.”

“구성적 이론의 장점은 완전성과 적응력과 명료함이며, 원리 이론의 장점은 논리적 완벽함과 토대의 확실성이다. 상대성이론은 원리 이론에 속한다.”

해설

구성적 이론은 작은 부품을 가정하고 전체 현상을 조립한다. 원리 이론은 자연이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것과 모든 현상이 지켜야 할 조건에서 출발한다. 열역학이 영구기관의 불가능성에서 과정의 한계를 끌어내듯, 상대성이론은 모든 관성계에서 자연법칙이 같아야 한다는 요구와 빛의 속도에 관한 경험적 원리에서 출발한다.

이 구분은 상대성이론이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라는 철학적 표어가 아님을 보여 준다. 오히려 관측자의 상태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아야 할 자연법칙의 구조를 찾는 이론이다.

여기서 일반 독자는 잠시 억울할 수 있다. “상대성이론을 설명해 달랬더니 왜 이론의 분류부터 배우는가?” 그러나 이 우회로가 아인슈타인의 지름길이다. 상대론이 무엇을 계산하는지보다 어떤 방식으로 자연에 질문하는지를 먼저 알면, 뒤의 낯선 결론들이 한결 덜 난폭하게 다가온다.

3. 두 층으로 된 건물

아인슈타인의 글

“상대성이론은 마치 두 개의 별개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과 같다는 것을 짚어두어야 한다.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두 층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이 그 위에 세워지는 특수상대성이론은 중력을 제외한 모든 물리적 과정에 관계된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의 법칙과, 그것이 다른 자연력들과 맺는 관계를 제공한다.”

해설

‘특수’는 덜 중요한 이론이라는 뜻이 아니다. 서로 등속으로 움직이는 관성계라는 특별한 조건에서 성립한다는 뜻이다. ‘일반’은 중력을 더하는 동시에 가속하거나 회전하는 좌표계까지 기술의 범위를 넓힌다. 2층은 1층을 허물지 않는다. 중력이 무시되는 작은 영역에서는 일반상대론이 특수상대론의 결과로 돌아간다.

4.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원리

아인슈타인의 글

“어떤 관성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직선을 그리며 균일하게 운동하는 좌표계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관성계다. ‘특수상대성원리’란 바로 이 명제를 임의의 자연현상에 대해 일반화한 것을 뜻한다. 좌표계 K에 대해 성립하는 모든 일반적인 자연법칙은, K에 대해 균일한 병진운동을 하는 좌표계 K′에 대해서도 변함없이 성립해야 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이 딛고 서 있는 두 번째 원리는 ‘진공 광속 불변의 원리’다. 이는 빛은 진공에서 언제나 운동 상태나 광원에 무관하게 일정한 전파 속도를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 두 원리는 모두 경험에 의해 강력하게 뒷받침되지만, 논리적으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둘을 논리적으로 통합해낸 것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며, 이는 운동학, 즉 공간과 시간에 관한 법칙을 다루는 이론을 수정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그 결과, 두 사건의 동시성에 대한 진술은 오직 특정 좌표계에 대해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것, 측정체의 형태와 시계가 가는 속도는 그 좌표계에 대한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해설

상식은 달리는 기차에서 앞으로 쏜 빛의 속도에 기차 속도를 더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연법칙의 동등성과 광속 불변을 함께 지키면 공간과 시간 쪽이 바뀌어야 한다. 멀리 떨어진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는지는 관측자와 무관한 절대 사실이 아니며, 움직이는 시계와 자의 측정값도 달라진다.

아인슈타인의 혁명은 기묘한 효과 하나를 덧붙인 것이 아니다. 충돌해 보이던 두 경험적 원리를 함께 살리기 위해 시간과 공간의 측정 규칙을 다시 세운 것이다.

요컨대 빛이 고집을 꺾지 않자 시간과 공간이 양보했다. 인간의 상식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지만, 실험은 빛의 편이었다.

5. 질량과 에너지, 그리고 더 일반적인 원리

아인슈타인의 글

“특수상대성이론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물체계의 관성질량에 관한 것이었다. 즉 어떤 계의 관성은 그 에너지 함량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로써 사람들은 관성질량이 다름 아닌 잠재된 에너지일 뿐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질량 보존 법칙은 그 독립성을 잃고 에너지 보존 법칙과 하나로 합쳐졌다.”

“물리 법칙이 좌표계의 운동 상태에 무관해야 한다는 것이, 서로에 대해 균일한 병진운동을 하는 좌표계들에만 국한되어야 하는가? 자연이 우리가 도입한 좌표계나 그것의 운동 상태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자연을 기술하기 위해 우리가 임의로 도입한 좌표계를 써야 한다 하더라도, 그 좌표계의 운동 상태의 선택에는 어떠한 제약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칙들은 이러한 선택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해설

첫 문단은 E=mc²의 의미를 보존법칙의 재편으로 설명한다. 뒤이어 아인슈타인은 더 깊은 불만을 제기한다. 자연법칙이 등속운동하는 관측자에게만 같은 모습이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좌표계는 자연에 새겨진 물체가 아니라 인간이 기술을 위해 고른 도구다. 그렇다면 법칙의 핵심은 그 도구 선택에 매여서는 안 된다. 이 요구가 일반상대성원리로 향한다.

6. 관성과 중력에서 시공간의 곡률로

아인슈타인의 글

“이 일반상대성원리를 실현하는 일은, 무게와 관성이 같은 상수에 의해 지배된다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경험, 즉 무거운 질량과 관성질량의 동등성에 의해 시사된다.”

“뉴턴의 의미에서 어떤 관성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균일하게 회전하는 좌표계를 생각해보자. 이 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나타나는 원심력은 뉴턴의 학설에 따르면 관성의 작용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원심력은 마치 중력처럼 물체의 질량에 비례한다. 그렇다면 이 좌표계를 정지해 있다고 보고, 원심력을 중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길은 예상보다 훨씬 험난했는데, 유클리드 기하학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 사람들이 ‘공간의 휨’이라 말할 때 뜻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그 결과 ‘직선’, ‘평면’ 등의 근본 개념들은 물리학에서 그 엄밀한 의미를 잃는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공간과 시간에 관한 학설, 즉 운동학이 더는 나머지 물리학과 독립적인 토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물체의 기하학적 행태와 시계가 가는 속도는 중력장에 좌우되며, 그 중력장 자체는 다시 물질에 의해 만들어진다.”

해설

관성과 중력이 모든 물체에 똑같이 작용한다는 사실은 중력을 보통의 힘과 다르게 보게 한다. 자유낙하하는 작은 실험실에서는 중력이 사라진 듯 보이고, 가속하거나 회전하는 계에서는 중력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넓은 영역에서 중력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서로 이웃한 자유낙하 경로의 차이, 즉 조석효과가 남는다. 이를 표현하려면 고정된 유클리드 공간 위에 힘을 올려놓는 대신, 거리와 시간의 규칙 자체가 물질에 따라 달라지는 기하학이 필요하다. ‘시공간이 휜다’는 말은 고무판 비유보다 더 정확하게는 자와 시계가 따르는 계량이 위치와 물질 분포에 따라 정해진다는 뜻이다.

7. 이론은 어떻게 시험받는가

아인슈타인의 글

“새로운 중력이론은 그 근본 원리의 측면에서는 뉴턴의 이론과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그 실제 귀결은 뉴턴 이론과 매우 근접하게 일치하여,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제 차이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다음 세 가지뿐이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 궤도의 회전, 중력장에 의한 광선의 휘어짐, 상당한 질량을 가진 별에서 우리에게 오는 빛의 스펙트럼선이 붉은 쪽 끝으로 이동하는 현상.”

“이 이론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그 논리적 완결성에 있다. 만약 이로부터 이끌어낸 단 하나의 귀결이라도 옳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 이론은 버려져야 한다. 이론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그것을 수정하는 일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해설

세 검증은 수성의 근일점 이동, 태양 곁을 지나는 빛의 휨, 중력적 적색편이다. 다만 세 증거의 성격은 서로 달랐다. 수성의 43초각은 이미 알려진 이상을 새 이론이 설명한 것이고, 빛의 편향은 1915년의 정량 예측을 1919년 일식이 시험한 것이며, 태양 스펙트럼선의 적색편이는 관측 결과가 엇갈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목록 자체가 당시의 시간표다. 두 항목 옆에는 ‘확인’, 세 번째 항목 옆에는 ‘아직’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1920년 에딩턴도 제2판 보고서에서 빛의 편향을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적색편이는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고 썼고, 1921년 찰스 세인트존 역시 태양 흡수선의 증거가 서로 모순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이 글의 ‘세 가지 검증’을 “1919년에 상대성이론 전체가 완전히 증명되었다”는 승리 선언으로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된다. 제8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과학적 지지는 서로 다른 시험이 오랜 시간 누적되며 강해진다.

이 목록은 오늘날의 모든 검증을 뜻하지 않는다. 이후 지상에서 측정한 중력적 적색편이, 레이더 신호의 샤피로 지연, 원자시계, 쌍성펄서, 위성항법, 블랙홀 관측과 중력파까지 시험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핵심은 마지막 문장이다. 아인슈타인은 명성의 절정에서 자신의 이론을 반증 가능한 것으로 제시했다. 아름답고 논리적인 이론이라도 자연이 ‘아니오’라고 답하면 버려야 한다. 경외할 대상은 사람의 무오류성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까지 경험의 심판 아래 두는 태도다.

신문 지면에서 “내 이론은 틀릴 수 있다”고 말하는 유명인은 흔치 않다. 더구나 막 세계적인 승자가 된 사람이 그렇게 쓰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 문장 덕분에 글은 천재의 자기소개가 아니라 과학이 권위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선언이 된다.

8. 뉴턴을 밀어내지 않는 혁명

아인슈타인의 글

“누구도, 이 이론이나 그 밖의 어떤 이론으로 인해 뉴턴의 위대한 창조가 진정한 의미에서 밀려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의 명료하고 위대한 사상은 자연철학 영역에서 우리의 근대적 개념 체계 전체가 세워진 토대로서 앞으로도 영원히 그 뛰어난 의의를 간직할 것이다.”

해설

새 이론은 옛 이론을 단순히 폐기하지 않는다. 속도가 빛보다 훨씬 느리고 중력이 약한 일상 영역에서는 상대론의 식이 뉴턴 역학과 중력의 결과에 가까워진다. 뉴턴 이론은 더 넓은 이론 안에서 유효 범위가 밝혀진 근사이자 토대가 된다. 과학의 계보는 승자가 패자를 지우는 행렬이 아니라, 이전 성취의 경계를 밝히며 더 넓은 설명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9. 마지막에 남긴 상대성의 농담

아인슈타인의 글

“오늘 나는 독일에서는 ‘독일 학자’로, 영국에서는 ‘스위스 유대인’으로 불린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기피 인물’로 취급받는 처지가 된다면, 거꾸로 나는 독일인들에게는 ‘스위스 유대인’이, 영국인들에게는 ‘독일 학자’가 될 것이다.”

해설

이 농담은 물리학의 상대성원리를 국적과 여론에 빗댄 풍자다. 관측자에 따라 사실 자체가 마음대로 바뀐다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인물을 두고도 사회가 자신에게 편리한 기준을 골라 이름 붙이는 모습을 비튼다. 전쟁 뒤의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를 가볍게 웃어넘기는 문장 속에, 아인슈타인이 과학의 국제성을 강조한 첫 문단이 다시 돌아온다.

아인슈타인 논문의 핵심 다섯 문장

  1. 상대성이론은 현상을 임의로 꾸미는 이론이 아니라 경험적 원리에서 자연법칙의 조건을 끌어내는 원리 이론이다.
  2. 특수상대론은 자연법칙의 동등성과 광속 불변을 함께 지키기 위해 동시성·시간·공간의 측정 규칙을 바꾼다.
  3. 일반상대론은 좌표계 선택에서 법칙을 해방하려는 요구와 관성질량·중력질량의 동등성에서 출발한다.
  4. 중력은 고정된 공간 위의 힘에 머물지 않고 자와 시계가 따르는 시공간의 기하가 된다.
  5. 가장 아름다운 이론도 관측과 어긋나는 단 하나의 확실한 귀결 때문에 버려질 수 있어야 한다.

상대성이론이 열어보인 우주

1919년의 아인슈타인은 수성·빛·적색편이를 말하는 데서 멈춘다. 그러나 그가 만든 장방정식은 이미 그보다 훨씬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슈바르츠실트의 해에는 훗날 사건지평선으로 이해될 경계가 들어 있었고, 프리드만의 계산에는 정지하지 않는 우주가 들어 있었으며, 중력파 해에는 시공간 자체가 에너지를 나르며 흔들릴 가능성이 들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인슈타인이 이 세 방향을 언제나 즉시 환영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블랙홀로 이어질 중력붕괴 앞에서 멈추었고, 프리드만의 동적 우주를 처음에는 계산 오류라 비판했으며, 중력파의 실재를 둘러싸고도 좌표 특이점에 흔들렸다. 이것은 그의 업적을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강력한 이론이란 창시자의 직관과 기대까지 넘어서는 객관적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따라서 이 특별장은 ‘아인슈타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찬양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경이로운 결론으로 끝난다. 한 사람이 만든 방정식이 그 사람 자신에게도 낯선 우주를 차례로 열어 보였다는 것이다. 이제 제9장의 블랙홀, 제10장의 팽창우주, 제11장의 중력파에서는 이론이 저자의 손을 떠난 뒤 어떤 계보를 만들었는지 따라간다.

1919년 아인슈타인의 설명 전문 펼쳐보기

번역 전문을 새 창으로 보기 ↗

원전 정보

  • 최초 게재: 런던 《타임스》, 1919년 11월 28일.
  • 동시대 영어 재수록: “Time, Space, and Gravitation,” Science, New Series 51, no. 1305, 1920년 1월 2일, 8–10쪽.
  • 독일어 재수록: “Was ist Relativitäts-Theorie?”, 《Mein Weltbild》, 1934, 220–228쪽.
  • 번역은 1934년 독일어 재수록본을 주 저본으로 하고 1920년 영어 동시대 재수록본과 대조했다.
  • 1934년 판본에서 중력적 적색편이에 붙은 후대 편집자 주는 1919년 본문과 구분한다.

다음 장으로 — 슈바르츠실트에서 블랙홀까지

아인슈타인은 이 짧은 글에서 상대성이론이 뉴턴의 성취를 지우는 대신 더 넓은 질서 안에 놓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방정식이 어디까지 나아갈지는 그 자신도 모두 알지 못했다.

다음 장에서는 전쟁터의 슈바르츠실트가 장방정식의 첫 정확해를 구하고, 펜로즈가 중력붕괴의 필연성을 드러내며, 호킹이 검은 천체에 온도와 수명을 부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아인슈타인이 만든 문법으로 후대 과학자들이 그가 미처 쓰지 않은 문장들을 완성하는 이야기다.

이 장의 인물 카드는 준비 중입니다.

아인슈타인 원전 — 상대성이론이란 무엇인가 3-02

Was ist Relativitäts-Theorie? · 1919 · London Times, 1919년 11월 28일

1919년 일식 관측 이후 아인슈타인이 일반 독자를 위해 직접 쓴 해설.

원문·번역 전체 읽기 →

다음 장

제9장 — 슈바르츠실트에서 블랙홀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