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특수상대성이론
제5장 — 질량과 에너지는 어떻게 하나가 되었나
예상 읽기 시간 약 6분
공식보다 큰 질문
앞 장은 가속 운동까지 다루려면 관성계에 갇힌 특수상대론을 넘어야 한다는 예고로 끝났다. 그 전에 특수상대론 자체가 남긴 가장 유명한 유산부터 짚고 가야 한다. E=mc²는 과학에서 가장 유명한 식이지만 가장 자주 맥락을 잃는 식이기도 하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짧은 논문 「물체의 관성은 그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는 ‘질량을 전부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구호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물체가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내보내면 그 물체의 관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묻는다.
특수상대론은 공간과 시간뿐 아니라 에너지와 운동량의 관계도 바꾼다. 물체가 정지해 있어도 에너지를 지니며, 그 정지에너지는 질량에 빛의 속도 제곱을 곱한 값이다.
운동량이 걸어온 먼 길
이 식에 다다르기까지 물리학은 두 갈래 길을 오래 걸어왔다.
한쪽 길은 빛의 속도 c 자체를 재는 길이었다. 1676년,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는 목성의 위성 이오가 목성 뒤로 숨는 시각이 지구가 목성에서 멀어질 때는 자꾸 늦어지고 가까워질 때는 자꾸 빨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빛이 유한한 속도로 나아간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그로부터 두 세기 뒤 피조와 푸코가 지상의 톱니바퀴와 회전거울로, 다시 반세기 뒤 마이컬슨이 이 값을 점점 더 정밀하게 좁혀 갔다(2장 참고). c가 이렇게 크고 고정된 상수라는 사실이, 훗날 아주 작은 질량 변화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대응하는 이유가 된다.
다른 쪽 길은 ‘운동의 양’을 무엇으로 잴 것인가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었다. 17세기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충돌하는 공들 사이에서 운동량(질량과 속도의 곱)이 보존된다는 것을 보였다. 그런데 라이프니츠는 여기 만족하지 않고, 운동에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또 다른 보존량 — 그가 ‘활력(vis viva)’이라 부른 것 — 도 있다고 주장했다. 두 진영은 반세기 넘게 다퉜다. 이 다툼에 결정타를 놓은 사람은 에밀리 뒤 샤틀레였다. 1740년 저서 『물리학 강요』에서 그는, 네덜란드의 스흐라베산더가 진흙 판에 공을 떨어뜨려 남긴 자국의 크기를 근거로, 운동에너지가 속도에 비례하는 운동량과는 별개로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정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운동량과 운동에너지가 서로 다른 두 보존량이라는 근대적 구분을 사실상 완성했다.
이 ‘제곱’의 계보는 19세기 말 전자기학과 만나며 다시 갈라진다. 맥스웰은 1873년 『전기와 자기에 관한 논고』에서 빛도 압력 — 곧 운동량 — 을 지닌다고 예측했다. 1900년 앙리 푸앵카레는 이 예측을 한 걸음 더 밀어붙여, 전자기 에너지가 로런츠 이론의 작용-반작용 원리를 지키려면 마치 E/c²에 해당하는 ‘가상의 질량’을 지닌 것처럼 다루어야 한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푸앵카레에게 이 가상질량은 에테르 속 복사만을 위한 계산상의 허구였고, 그 자신도 풀지 못한 역설을 남겼다.
아인슈타인의 1905년 논문이 택한 사고실험 — 물체가 반대 방향으로 빛을 내보내고, 그 과정을 두 관성계에서 견주어 보는 것 — 은 바로 이 운동량 전통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다만 그는 E/c²를 에테르 속 복사만의 계산 요령으로 남겨 두지 않았다. 그는 이것을 에테르도 특정한 메커니즘도 필요 없는, 모든 물체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보편 원리로 일반화했다.
1. 두 방향으로 빛을 내보내는 물체
정지한 물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같은 에너지의 빛을 방출한다고 하자. 두 빛의 운동량은 서로 상쇄되어 물체는 계속 정지한다. 방출 전후의 에너지를 비교하면 물체는 빛이 가져간 만큼 에너지를 잃는다.
이 상황을 움직이는 관성계에서 보면 두 광선은 도플러 효과 때문에 같은 에너지로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 보존이 두 계에서 모두 성립하려면 물체의 운동에너지 변화가 질량 변화와 연결되어야 한다. 저속 극한의 운동에너지와 비교하면 에너지 L을 잃은 물체의 질량은 L/c²만큼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다.
원문은 현대식 E=mc²를 표어처럼 먼저 내세우지 않는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빛을 방출하는 사고실험에서 출발해 에너지 감소량과 질량 감소량의 관계를 도출한다.
2. 정지에너지
현대 표기로 정지한 물체의 에너지는 다음과 같다.
E₀ = mc²
c²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작은 질량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대응한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숫자로 가늠해 보자. 1그램의 질량을 남김없이 에너지로 바꾼다면, 그 에너지는 TNT 약 2만 톤이 폭발할 때 나오는 양과 맞먹는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물체가 쉽게 폭발한다는 뜻이 아니다. 에너지가 어떤 과정으로 방출될 수 있는지는 물질의 구조와 상호작용이 결정한다.
움직이는 입자의 총에너지와 운동량은 다음 관계를 만족한다.
E² = (pc)² + (mc²)²
물체가 정지하면 p=0이어서 E=mc²가 된다. 빛처럼 정지질량이 0인 입자는 E=pc를 따른다. 따라서 ‘에너지가 있으면 반드시 질량이 있다’고 단순화할 수 없다.
3. 질량이 에너지로 변한다는 말
핵반응 전후에 원자핵 구성 입자의 질량을 합하면 차이가 생긴다. 결합된 계의 질량은 분리된 구성요소 질량의 합보다 작을 수 있고 그 차이가 결합에너지와 대응한다. 태양의 핵융합에서는 반응 전후의 질량 차이가 빛과 입자의 에너지로 방출된다.
‘질량이 에너지로 변한다’는 표현은 편리하지만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다른 물질 두 종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더 정확히는 질량이 계의 에너지 내용과 연결된 불변량이며, 에너지가 방출되면 계의 질량도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다.
4. 상대론적 질량 대신 불변질량
옛 교재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상대론적 질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보통 질량 m을 모든 관성계에서 같은 불변질량으로 두고, 속도에 따라 총에너지와 운동량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 표현은 ‘속도가 빨라져서 물체 안에 물질이 더 생긴다’는 오해를 피한다.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같은 속도 증가에 필요한 에너지가 급격히 커지고, 질량을 가진 물체는 유한한 에너지로 c에 도달할 수 없다.
5. 핵에너지보다 넓은 공식
질량–에너지 관계는 핵분열과 핵융합뿐 아니라 입자 생성과 소멸, 화학 결합, 뜨거워진 물체, 압축된 용수철 등 모든 물리계에 적용된다. 닫힌 상자 안의 물질을 가열하면 상자의 총질량은 극히 조금 증가한다. 에너지가 계 안에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은 이 식의 ‘발명품’이 아니다. 공식은 에너지 회계의 관계를 말하며 어떤 반응이 가능한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어떻게 제어할지는 핵물리학과 공학의 추가 법칙이 결정한다.
아인슈타인 원전 번역 펼쳐보기 — 1905년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
짧은 논문 전체에서 질량–에너지 등가가 태어나는 논리를 읽습니다.
원전과 함께 읽기 — 1905년 「물체의 관성은 그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
“물체가 에너지 (L)을 복사의 형태로 내보내면, 그 질량은 (L/c^2)만큼 감소한다.”
아인슈타인은 정지한 물체가 양쪽으로 같은 에너지의 빛을 내보내는 경우를 두 관성계에서 비교했다. 빛의 운동량은 정지계에서 상쇄되지만 움직이는 계에서는 도플러 효과 때문에 두 광선의 에너지가 다르게 측정된다. 두 계 모두에서 에너지보존이 성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위 결론을 이끈다.
“물체의 질량은 그 에너지 함량의 척도이다.”
이 문장이 논문의 역사적 결론이다. 오늘날의 (E_0=mc^2)는 이를 정지에너지의 일반 관계로 정리한 표기다. 원문에 현대식 공식이 독립된 표어로 그대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장으로 — 엘리베이터에서 시작된 중력 이론
특수상대론은 질량을 에너지 내용과 연결했다. 그렇다면 중력의 원천도 질량 하나가 아니라 에너지와 운동량 전체여야 한다. 그리고 가속 운동까지 상대성의 틀에 넣으려면 관성계에 한정된 이론을 넘어야 한다. 다음 장은 자유낙하하는 사람에게서 시작한다.
이 장의 인물 카드는 준비 중입니다.
이 장의 아인슈타인 원전 패널은 준비 중입니다.
수식 심화
정지한 물체 하나에는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감춰져 있는가?
$$ E_0 = mc^2 $$
E₀ — 물체가 정지해 있을 때 지닌 에너지 / m — 물체의 질량 / c — 광속
질량 자체가 막대한 양의 에너지로 환산된다는 뜻이다. c²이 워낙 큰 값(약 9×10¹⁶ m²/s²)이라, 아주 작은 질량도 엄청난 에너지에 대응한다.
적용 한계 — 이 식은 물체가 정지해 있을 때의 '정지에너지'만 나타낸다. 물체가 움직이면 운동량까지 포함한 E²=(pc)²+(mc²)²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 장의 계보
아인슈타인,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1905) → 아인슈타인,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1905)
같은 해에 발표된 두 번째 논문으로, 특수상대성이론의 직접적 귀결로 질량-에너지 등가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