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특수상대성이론
제4장 — 시간지연과 길이수축
예상 읽기 시간 약 7분
서로 다른 시간 뒤에 남는 것
앞 장은 관측자마다 달라지는 시간과 길이 뒤에서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보자는 예고로 끝났다. 동시성이 관성계마다 다르다면 시간 간격과 길이도 하나의 절대값으로 남을 수 없다. 빠르게 움직이는 시계는 느리게 가고, 운동 방향의 막대는 짧게 측정된다. 이런 문장은 상대성이론의 기묘함을 강조하기 쉽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변하지 않는지를 찾는 일이다.
민코프스키는 공간과 시간을 4차원 시공간으로 묶었다. 관측자마다 공간과 시간으로 나누는 방식은 달라도 사건 사이의 시공간 간격은 같다. 시간지연과 길이수축은 물체나 시계가 망가지는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시공간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누어 측정한 결과다.
1. 빛시계가 느려지는 까닭
마주 보는 두 거울 사이를 빛이 왕복하고 한 왕복을 한 번의 ‘틱’으로 삼는 빛시계를 생각하자. 시계와 함께 움직이는 관측자에게 빛은 거울 사이를 수직으로 오간다. 바깥 관측자에게 시계가 옆으로 움직이면 빛은 대각선의 더 긴 경로를 간다. 두 관측자 모두 빛의 속도를 c로 측정하므로 더 긴 길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시계와 함께 움직이는 계에서 측정한 시간 Δτ를 고유시간이라 하고, 바깥 계의 시간 Δt와 관계는 다음과 같다.
Δt = γΔτ
γ = 1/√(1-v²/c²)
γ≥1이므로 바깥 관측자는 움직이는 시계의 두 틱 사이가 더 길다고 본다. 실제 입자의 수명, 원자시계, 위성 시계는 이 효과를 반복해서 확인한다.
2. 움직이는 막대는 왜 짧은가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 제2절은 막대 길이를 재는 두 조작을 구별한다. 막대와 함께 움직이는 관측자는 자기 막대와 직접 나란히 대어 고유길이 L₀를 잰다. 바깥 관측자는 자기 계에서 같은 시각에 막대 양끝이 있는 위치를 기록해야 한다.
두 계의 동시성이 다르기 때문에 바깥 관측자가 선택한 ‘양끝 사건’은 막대의 정지계에서는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그 결과 운동 방향의 길이는
L = L₀/γ
로 측정된다. 이는 막대 내부가 압축되어 재료가 손상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막대를 실제로 가속하는 과정에서는 응력이 생길 수 있지만, 등속운동 중의 상대론적 길이수축은 측정하는 사건의 선택에 관한 효과다.
길이수축은 카메라에 찍힌 물체의 겉모습과 같은 말이 아니다. 실제 사진에는 물체의 각 부분에서 출발한 빛이 서로 다른 시간에 도착하는 효과까지 섞이며,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가 회전한 듯 보이는 테럴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길이수축은 한 관성계에서 같은 시각에 기록한 막대 양끝의 좌표 차이에 관한 진술이다.
3. 움직이는 시계는 서로 느리다?
두 관성계는 대칭적이다. A는 B의 시계가 느리다고 하고 B도 A의 시계가 느리다고 한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이 멀리 떨어진 시계들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동시성의 단면이 서로 다르다. 같은 한 쌍의 사건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대칭이 흔히 ‘쌍둥이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문제를 낳는다. 쌍둥이 중 한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돌아오는 경우는 완전히 대칭적이지 않다. 여행자는 방향을 바꾸며 서로 다른 관성계로 넘어가고, 두 세계선이 다시 만났을 때 각자가 실제로 겪은 고유시간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고유시간은 세계선을 따라 누적되며, 두 경로가 다르면 값도 다를 수 있다.
4.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기하학으로 다시 그린 헤르만 민코프스키.
1908년 민코프스키는 특수상대론을 4차원 시공간의 기하학으로 표현했다. 사건은 (ct,x,y,z)로 나타내고, 한 차원 운동에서는 사건 사이의 간격을 다음처럼 쓸 수 있다.
c²Δτ² = c²Δt² - Δx²
관측자가 바뀌면 Δt와 Δx는 달라지지만 우변의 조합은 변하지 않는다. 유클리드 평면에서 좌표축을 돌려도 두 점 사이 거리가 변하지 않는 것과 닮았지만, 시간항과 공간항의 부호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공간 도표에서 빛은 45도 선을 만들고 그 선들이 빛원뿔을 이룬다. 빛원뿔 안쪽의 사건은 원인과 결과로 연결될 수 있고, 바깥의 사건은 빛보다 빠른 신호 없이는 연결될 수 없다. 로런츠 변환은 빛원뿔과 시공간 간격을 보존한다.
민코프스키가 이론의 지도를 다시 그리다
헤르만 민코프스키는 아인슈타인에게 낯선 인물이 아니었다. 1896년부터 1900년까지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서 아인슈타인을 직접 가르친 수학 교수였고, 정작 그 학생은 순수수학 수업을 자주 등한시하는 축에 속했다. 8년 뒤, 그 학생의 이론을 가장 깊이 파고든 사람이 다름 아닌 그 교수였다는 사실은 이 장의 첫 번째 반전이다.
1905년의 특수상대론은 움직이는 시계와 자의 관계를 새로 세웠지만, 1908년 9월 쾰른에서 열린 강연 「공간과 시간」에서 민코프스키는 그 관계를 4차원 시공간의 기하학으로 통째로 재조직했다. 그는 청중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제가 오늘 여러분 앞에 펼쳐 보이려는 공간과 시간에 관한 견해는 실험물리학의 토양에서 자라났으며, 여기에 그 힘이 있습니다. 이 견해는 근본적입니다. 이제부터 공간 그 자체와 시간 그 자체는 한낱 그림자로 사라질 운명이며, 오직 이 둘의 어떤 결합만이 독립된 실재성을 지켜낼 것입니다.”
사건을 시공간의 한 점으로, 물체의 역사를 세계선으로 나타내면 시간지연과 길이수축은 서로 떨어진 기묘한 효과가 아니라 하나의 불변 시공간 간격을 서로 다른 관측자가 나누어 읽는 방식이 된다.
정작 이 재구성을 처음 받아든 아인슈타인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옛 제자는 옛 스승의 재해석을 “쓸데없이 박식하기만 하다”고 여겼고, “수학자들이 상대성이론에 달려든 뒤로는 나 자신도 그것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고 투덜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1912년, 중력을 다루는 문제와 정면으로 씨름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조머펠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태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지금까지 순전한 사치로만 여겼던 수학의 정교한 부분에 큰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1915년 일반상대론을 완성할 무렵에는, 민코프스키가 그려 둔 4차원의 지도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민코프스키의 공헌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대신 발견한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이도록 새로운 지도를 그린 데 있다. 처음에는 그 지도를 밀쳐 냈다가 끝내 그 위에서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사람도, 다시 아인슈타인 자신이었다.
5. 특수상대론은 일상에서도 작동한다
일상 속 속도에서는 γ가 1과 거의 같아 차이가 너무 작다. 그러나 위성, 우주선, 입자가속기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 GPS 위성 시계에는 운동 때문에 느려지는 특수상대론 효과와 지상보다 약한 중력 때문에 빨라지는 일반상대론 효과가 함께 작용한다. GPS는 12장에서 실용적 검증 사례로 자세히 다루되, 여기서는 시간의 속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예고로만 사용한다.
아인슈타인 원전 번역 펼쳐보기 — 로런츠 변환, 시간지연과 길이수축
원전과 함께 읽기 — 식은 결국 자와 시계의 판정이다
1905년 논문의 계산은 빛 신호에서 로런츠 변환을 이끌어 낸 뒤,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와 시계의 속도가 어떻게 측정되는지 보여 준다. 원문의 기호가 낯설더라도 핵심은 간단하다. 번역문에서 β로 적은 양은 오늘날 많은 교과서가 γ로 표시하는 로런츠 인자이며, 기호만 다를 뿐 같은 물리량을 가리킨다.
로런츠 변환은 추상적인 좌표 조작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좌표값이 결국 측정막대와 시계가 주는 결과라는 점을 환기한다.
“좌표 x, y, z, t는 측정막대와 시계로 얻을 수 있는 측정 결과에 다름 아니므로, 변환방정식에서 측정막대와 시계의 물리적 거동에 관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운동 방향으로 놓인 막대는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계에서 짧게 측정되고, 움직이는 시계의 두 똑딱임 사이 간격은 더 길게 측정된다.
“단단한 막대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운동할 때 더 짧으며, 더 빠르게 움직일수록 더 짧아진다.”
“운동의 결과로 시계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더 느리게 간다.”
‘실제로 찌그러진다’거나 ‘시계 장치가 고장 난다’는 뜻이 아니다. 각 물체와 함께 움직이는 계에서는 자기 막대와 시계가 정상이다. 서로 다른 운동 상태의 관측자가 같은 두 사건의 공간·시간 간격을 비교할 때 로런츠 변환이 정하는 차이가 나타난다.
다음 장으로 — 질량과 에너지는 어떻게 하나가 되었나
공간과 시간은 관측자마다 다르게 나뉘지만 시공간 간격은 변하지 않는다. 이 새로운 운동학은 에너지와 운동량의 관계도 바꾼다. 다음 장에서는 1905년의 짧은 논문이 질량을 물체 안에 저장된 에너지와 연결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장의 인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10
1879–1955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1905)
에테르를 가정하지 않고 빛 신호와 시계의 측정 절차에서 공간과 시간을 재구성했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준비되어 있던 수학을 새로운 물리적 세계관으로 바꾸었다.
헤르만 민코프스키 P11
1864–1909
「공간과 시간」(1908)
특수상대론을 4차원 시공간의 불변 기하로 정리했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처음에는 아인슈타인이 멀리했던 수학을 일반상대론으로 가는 지도에 올려놓았다.
아인슈타인 원전 —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 D06
특수상대성이론을 처음 발표한 논문.
수식 심화
움직이는 시계는 왜 정지한 관찰자에게 더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이는가?
$$ \Delta t = \gamma \Delta \tau, \qquad \gamma = \frac{1}{\sqrt{1-v^2/c^2}} $$
Δτ — 시계와 함께 움직이는 관찰자가 재는 고유시간 / Δt — 정지한 관찰자가 재는 시간 / v — 시계의 속도 / c — 광속
γ는 1보다 크거나 같은 값이라 Δt는 언제나 Δτ보다 크거나 같다. 움직이는 시계가 새긴 시간(Δτ)은 정지한 관찰자가 보기에 늘어난 시간(Δt)으로 나타난다 — 이것이 시간지연이다.
적용 한계 — v가 c에 비해 아주 작으면 γ≈1이 되어 일상에서는 시간지연이 감지되지 않는다. GPS 위성처럼 빠른 물체에서만 측정 가능한 크기로 나타난다.
당대·후대의 반응
이 장의 계보
베른하르트 리만(기하학적 배경) → 헤르만 민코프스키(ETH 시절 아인슈타인의 수학 교수, 1908년 4차원 시공간)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음엔 회의적이었으나 1912년 이후 채택)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가르쳤던 민코프스키의 4차원 재구성을 처음엔 멀리했지만, 훗날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그 언어 없이 나아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