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특수상대성이론

제3장 — 동시성이 무너진 순간

예상 읽기 시간 약 6분

‘지금’은 어디까지 같은가

앞 장은 빛의 속도를 지키는 대가로 멀리 떨어진 시계를 맞추는 방법이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암시로 끝났다. 그 암시를 정면으로 파고들 차례다. 내 앞의 시계를 보고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서울의 사건과 파리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말하려면 두 장소의 시계가 같은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야 한다. 뉴턴의 세계에서는 우주 전체에 하나의 시간이 흐른다고 가정했으므로 이 문제는 기술적인 불편에 지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바로 그 가정을 측정 절차의 문제로 끌어내렸다.

그의 첫 질문은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 정의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시계들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였다. 상대성이론에서 시간은 모든 곳에 미리 깔린 배경이 아니라 시계와 빛 신호로 구성되는 물리적 관계다.

이 물음은 사고실험 속에만 머물지 않았다.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철도와 전신망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멀리 떨어진 시계를 전기 신호로 맞추는 일이 중요한 기술 문제가 되었다. 베른 특허청에서 전기기술 관련 발명을 심사하던 아인슈타인이 이런 시대적 환경과 무관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특정 시계 동기화 특허가 상대성이론에 직접 영향을 주었다고 단정할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같은 시기 앙리 푸앵카레는 프랑스 경도국에서 전신을 이용한 시각 동기화와 경도 측정 문제를 다루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유한한 속도의 신호로 ‘동시’를 정한다는 문제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실제 측정의 문제임을 보고 있었다. 한 세기 뒤 이 문제는 훨씬 더 큰 규모로 되돌아온다. 지구를 도는 위성 하나하나의 시계는 바로 이 ‘동시’의 정의 때문에 지상의 시계와 계속 어긋나며, 그 어긋남을 매번 계산해 넣어야 스마트폰의 위치가 맞아떨어진다 — 그 이야기는 12장에서 다시 만난다.

1. 한 장소의 시간과 여러 장소의 시간

기차가 내 시계의 7시와 동시에 역에 도착했다고 말할 수 있다. 두 사건이 같은 장소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A와 B처럼 떨어진 곳의 사건을 비교하려면 A-시간과 B-시간을 하나의 공통 시간으로 묶어야 한다.

1905년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 제1절은 A에서 시각 tA에 빛을 보내고, B에서 tB에 반사해 A로 t'A에 돌아오게 한다. 왕복 경로가 대칭이라고 정하고 다음 조건을 만족하면 두 시계가 동기화되었다고 정의한다.

tB - tA = t'A - tB

이는 숨겨진 절대시간을 발견하는 방법이 아니다. 어떤 관성계 안에서 동일한 시각 체계를 만드는 규칙이다. 빛이 왕복하는 데 걸린 시간을 통해 거리를 정하면 광속 c도 그 체계 안에서 정의된다.

2. 기차 양끝의 번개

인터랙티브 시각자료 — 기차와 두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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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차의 앞과 뒤에 번개가 친다고 하자. 승강장 중앙의 관측자에게 두 섬광이 동시에 도착했고, 두 지점까지 거리가 같다면 그는 두 번개가 동시에 쳤다고 판정한다.

기차 중앙의 관측자는 뒤쪽 섬광을 향해 움직이고 앞쪽 섬광에서는 멀어진다. 그러나 단순히 ‘빛이 도착하는 시간이 달랐다’는 사실만으로 동시성이 상대적이라고 결론 내리면 부족하다. 관측자는 자신의 운동을 알고 도달시간을 보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두 관성계가 각자의 정지한 시계들을 자기 방식으로 동기화한다는 데 있다. 승강장 계에서 동시에 맞춘 시계들은 기차 계에서 동시에 맞춰진 시계가 아니다. 도달시간을 모두 보정한 뒤에도, 두 계가 사건에 부여하는 시간좌표는 달라진다.

3. 움직이는 막대의 두 시계

같은 논문의 제2절에서 아인슈타인은 움직이는 막대 양끝 A와 B에 시계를 놓는다. 정지계에서 두 시계를 동시에 맞춰 두어도 막대와 함께 움직이는 관측자들이 빛 신호로 다시 검사하면 두 시계는 동기화되어 있지 않다.

정지계에서 보면 빛이 A에서 B로 갈 때 B가 달아나므로 시간이 더 걸리고, B에서 A로 돌아올 때 A가 다가오므로 덜 걸린다. 막대와 함께 움직이는 계에서는 광속이 양방향에서 같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 계의 공통 시간을 만들려면 시계의 배치가 정지계와 달라야 한다. 동시성은 사건 자체에 붙은 절대적 꼬리표가 아니라 관성계가 구성한 시간좌표의 관계다.

4. 로런츠 변환이 보여 주는 ‘지금’의 기울기

로런츠 변환의 시간식은 다음과 같다.

t' = γ(t-vx/c²)

정지계에서 떨어진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 Δt=0이라고 하자. 운동계에서 두 사건의 시간 차이는

Δt' = -γvΔx/c²

가 된다. 두 사건의 위치가 다르고 두 계가 상대운동한다면 일반적으로 Δt'는 0이 아니다. 민코프스키 도표에서는 각 관성계가 ‘지금’이라고 부르는 선이 서로 다른 각도로 기울어진다.

그렇다고 사건의 인과 순서까지 마음대로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빛보다 느린 신호로 연결될 수 있는 두 사건의 앞뒤는 모든 관성계에서 같다. 순서가 바뀔 수 있는 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없는 공간꼴 분리의 사건이다. 상대성이론은 인과관계를 무너뜨리지 않고 오히려 빛원뿔로 그 경계를 명확하게 만든다.

5. 동시성의 상대성이 바꾸는 길이

움직이는 막대의 길이를 재려면 한 시각에 막대 양끝의 위치를 기록해야 한다. 따라서 ‘한 시각’의 정의가 달라지면 길이 측정도 달라진다. 길이수축은 움직이는 물체가 압력을 받아 찌그러지는 현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성계가 양끝 사건을 선택하는 방식에서 생긴다.

이 점은 시간지연에도 이어진다. 한 시계에서 같은 장소에 일어난 두 사건의 간격은 고유시간이지만, 다른 계에서는 두 사건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일어난다. 동시성, 시간지연, 길이수축은 세 개의 독립된 기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로런츠 기하가 드러내는 서로 다른 면이다.

아인슈타인 원전 번역 펼쳐보기 — 동시성의 정의와 움직이는 막대

1905년 논문의 시간 정의와 동시성 대목을 원문 흐름 안에서 읽습니다.

번역 전문을 새 창으로 보기 ↗

원전과 함께 읽기 — 의미는 측정 방법에서 시작한다

아인슈타인의 설명은 ‘A의 시간과 B의 시간은 있으나 아직 두 장소에 공통된 시간은 없다’는 논증에서 출발한다. 그는 동시성에 관한 철학적 선언부터 내놓지 않았다. 시계·광선·반사·왕복시간이라는 실제 절차로 두 장소의 시간을 연결하고, 움직이는 막대 양끝의 시계를 거쳐 시간 변환식으로 나아갔다. 측정 절차가 먼저이고 식은 그 뒤를 따른다.

아인슈타인은 ‘동시’라는 말이 이미 분명하다는 독자의 확신부터 흔든다. 정의가 실제 사건에서 참인지 거짓인지 판정할 방법을 주지 못한다면 물리학적 개념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실제 사례에서 정의될 개념이 충족되는지 아닌지를 경험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을 주기 전까지, 물리학자로서 나는 그 진술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셈이다.”

철길의 두 지점 A와 B에서 번개가 치고 그 중점 M에 빛이 함께 도달하면, 철길에 대해서 두 사건을 동시라고 정한다. 그러나 기차의 중점은 B에서 오는 빛을 향해 움직이고 A에서 오는 빛에서는 멀어진다.

“철길에 대하여 동시적인 사건들은 기차에 대해서는 동시적이지 않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다. 모든 준거물체, 곧 좌표계에는 그 자신의 고유한 시간이 있다. 시간 진술이 어느 준거물체에 관계되는지를 말하지 않으면 사건의 시간에 관한 진술은 아무 의미도 없다.”

이것은 빛이 눈에 도달하는 지연을 잘못 계산한 착시가 아니다. 각 계가 같은 방식으로 동기화한 시계망을 구성했을 때, 멀리 떨어진 사건에 부여하는 시간 좌표 자체가 달라진다는 결론이다.

다음 장으로 — 시간지연과 길이수축

우주 전체를 한 번에 가르는 절대적 ‘지금’은 사라졌다. 이제 움직이는 관측자들은 같은 두 사건 사이에 서로 다른 시간과 길이를 부여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제멋대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장에서는 관측자마다 달라지는 시간과 길이 뒤에서 변하지 않는 시공간 간격을 찾는다.

이 장의 인물

헨드릭 로런츠 초상

헨드릭 로런츠 P08

1853–1928

「움직이는 계에서의 전자기 현상」(1904)

전자기 법칙의 형태를 보존하는 변환과 국소시간을 발전시켰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아인슈타인이 시간의 물리적 의미를 다시 묻게 할 수학을 마련했다.

앙리 푸앵카레 초상

앙리 푸앵카레 P09

1854–1912

「전자의 역학에 관하여」(1905–1906)

상대성원리를 명료하게 표현하고 로런츠 변환의 군 구조를 전개했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물리 법칙이 관측자의 등속운동에 무관해야 한다는 요구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초상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10

1879–1955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1905)

에테르를 가정하지 않고 빛 신호와 시계의 측정 절차에서 공간과 시간을 재구성했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준비되어 있던 수학을 새로운 물리적 세계관으로 바꾸었다.

아인슈타인 원전 —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 D06

Zur Elektrodynamik bewegter Körper · 1905 · Annalen der Physik 17 (1905), 891–921쪽

특수상대성이론을 처음 발표한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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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 심화

한 관성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이 다른 관성계에서는 왜 동시가 아닌가?

$$ t' = \gamma\left(t - \frac{vx}{c^2}\right) $$

t, x — 한 관성계에서 잰 시간과 위치 / t′ — 속도 v로 움직이는 관성계에서 잰 시간 / γ — 로런츠 인자

두 사건의 시간차가 0이라도(동시), 위치 x가 다르면 vx/c² 항 때문에 t′는 0이 아니게 된다. '동시'라는 말은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적용 한계 — 두 사건이 같은 위치(x=0)에서 일어나면 이 항이 사라져 동시성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 동시성의 상대성은 공간적으로 떨어진 사건에서만 나타난다.

이 장의 계보

헨드릭 로런츠(변환) → 앙리 푸앵카레(군 구조로 완성)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동시성의 물리적 재정의)

로런츠가 만든 변환을 푸앵카레가 수학적으로 완성했고, 아인슈타인은 그 변환에 동시성의 조작적 정의라는 물리적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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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

제4장 — 시간지연과 길이수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