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특수상대성이론
제2장 — 빛의 속도는 왜 변하지 않는가
예상 읽기 시간 약 9분
기차에서 던진 공, 기차에서 켠 빛
앞 장은 자석과 도체 사이의 비대칭이라는 다소 딱딱한 문제로 끝났다. 자석이 움직이든 도체가 움직이든 결과는 똑같은데 설명 방식만 달라지는 상황이 왜 찜찜한지, 좀 더 손에 잡히는 그림으로 바꿔서 다시 물어보자. 달리는 기차 안에서 앞쪽으로 공을 던지면, 승강장에 선 사람은 공의 속도를 ‘기차의 속도+기차 안에서 잰 공의 속도’로 측정한다.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런데 공 대신 손전등을 켜면 사정이 달라진다. 광원에 다가가거나 광원에서 멀어져도 진공 속 빛의 속도는 언제나 같은 값 c로 측정된다. 그렇다면 속도를 더하는 우리의 상식이 틀린 것일까?
아인슈타인의 답은 공과 빛의 차이를 임시방편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더 근본적인 것을 바꾸었다. 속도는 거리와 시간을 나눈 값이다. 빛의 속도가 모든 관성계에서 같다면, 서로 움직이는 관측자들이 쓰는 거리와 시간의 측정법이 함께 달라져야 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빛에 관한 기묘한 예외 규칙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의 측정 구조를 다시 세우는 이론이다.
1. 맥스웰의 빛이 던진 문제

빛을 전자기파로 묶어 낸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뉴턴 역학에서 속도는 관측자의 운동에 따라 더하거나 뺀다. 반면 맥스웰의 전자기학은 전자기파의 전파 속도를 하나의 값으로 내놓았고, 빛이 바로 그 전자기파임을 가리켰다. 19세기 물리학자들은 그 속도가 ‘에테르’라는 매질에 대한 속도라고 생각했다. 지구가 에테르 속을 움직인다면 방향에 따라 빛의 왕복 시간이 달라져야 했다.
이 실험을 설계한 두 사람은 서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왔다. 앨버트 마이컬슨은 1869년 미국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 4년 뒤 졸업하고, 1875년부터는 모교에서 물리학과 화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돌아왔다. 1877년 수업 시범으로 시작한 빛의 속도 측정은 이후 평생의 집착이 되었고, 훗날 그는 해군 함포의 광학 조준기를 설계하는 일에도 관여했다 — 그의 정밀함은 줄곧 ‘더 정확히 겨냥하는 법’을 다루는 실무 속에서 단련된 것이었다. 반면 에드워드 몰리는 1868년부터 웨스턴리저브 대학의 화학 교수로 일하며, 11년에 걸쳐 산소의 원자량을 1만분의 1 수준의 정밀도로 재는 데 매달린 인물이었다. 화학 저울을 다루던 손과 해군의 조준기를 다루던 손이 1887년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응용과학학교 지하실에서 만나, 두 세계의 정밀함을 하나의 간섭계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마이컬슨과 몰리는 정밀한 간섭계로 그 차이를 찾았지만 기대한 에테르 바람을 검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실험 하나가 곧바로 특수상대론을 낳았다고 말하면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로런츠는 1904년 논문에서 이 영(zero) 결과를 에테르 속을 움직이는 물체가 실제로 수축한다는 가설로 설명했다.
“그 부정적 결과 때문에 피츠제럴드와 나는 고체의 크기가 에테르를 통과하는 운동으로 인해 조금 줄어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계산을 단순화하려고 그는 새로운 변수 t′을 도입하고 이를 ‘국소시간’이라 불렀다.
“변수 t′은 국소시간이라 부를 수 있다. 실제로 k=1, l=1인 경우 이 값은 내가 예전에 이 이름으로 부르던 것과 같아진다.”
로런츠에게 t′은 실재하는 시간이 아니라 방정식을 깔끔하게 만드는 계산상의 보조량이었고, 물체의 수축도 에테르 속 운동이 일으키는 실제 물리적 효과였다. 에테르라는 절대 정지 무대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같은 해 세인트루이스 강연에서 앙리 푸앵카레는 상대성원리를 이미 또렷한 문장으로 제시했다.
“상대성원리에 따르면 물리 현상의 법칙은 정지한 관측자에게나 등속 병진 운동을 하는 관측자에게나 똑같아야 하며, 따라서 우리가 그런 운동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별할 방법은 없고 있을 수도 없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1905년 아인슈타인의 첫째 원리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로런츠와 푸앵카레는 이 원리를 에테르 역학이 만들어 내는 결과로 다루었다. 에테르는 여전히 물리적으로 존재했고, 수축과 국소시간은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실제 또는 계산상의 효과였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에테르의 운동 상태를 찾아내려는 질문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상대성원리와 광속 불변을 더 증명할 필요가 없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같은 수식이 로런츠의 손에서는 에테르를 설명하는 도구였고, 아인슈타인의 손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측정 자체를 새로 정의하는 원리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푸앵카레의 이 강연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의 부대 행사였던 국제 예술과학회의에서 열렸다. 같은 해 여름 세인트루이스에서는 하계 올림픽도 함께 열리고 있었으니, 훗날 물리학사의 이정표가 될 문장이 세계 박람회의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낭독된 셈이다. 로런츠와 아인슈타인 사이에는 훗날 깊은 우정이 자랐다. 1953년, 노년의 아인슈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로런츠를 회고하며 이렇게 적었다.
“나 개인에게 그는 내 인생 여정에서 만난 그 누구보다도 큰 의미를 지닌 사람이었다.”
세 사람의 관계는 경쟁이라기보다, 같은 퍼즐 조각을 각자의 자리에서 다르게 쥐고 있던 동료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2. 두 원리

서른 살도 되기 전에 두 원리를 끝까지 밀고 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첫째는 상대성원리다. 서로 등속도로 움직이는 관성계에서는 물리 법칙이 같은 형태로 성립한다. 밀폐된 기차가 매끄럽게 달릴 때 내부 실험만으로 기차가 ‘진짜 정지’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는 광속 불변 원리다. 진공에서 빛은 광원의 운동 상태와 무관하게 모든 관성계에서 같은 속력 c로 전파된다. 이 말은 빛이 관측자를 알아보고 속도를 조절한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움직이는 관측자들이 시간과 거리를 배치하는 방식이 달라지더라도, 두 측정량의 비로 얻는 광속은 같다는 뜻이다.
1905년 논문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의 서론은 당시 전자기학에서 자석과 도체의 상대운동은 같지만 설명 방식은 달라지는 비대칭을 지적한다. 아인슈타인은 자연 현상 자체에는 없는 비대칭을 이론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보았다. 두 원리는 그 비대칭을 걷어 내는 출발점이었다.
3.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면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
속력은 경로를 시간 간격으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두 지점 사이에서 빛의 속도를 재려면 두 장소의 시계를 먼저 맞춰야 한다. 이 논문의 제1절에서 아인슈타인은 A에서 보낸 빛이 B에서 반사되어 A로 돌아오는 절차를 제시한다. 왕복 시간의 중간을 B의 반사 시각으로 정하면 두 시계를 동기화할 수 있다.
이 정의는 단순한 준비 작업이 아니다. ‘동시에 일어났다’는 말이 측정 절차를 필요로 한다는 선언이다. 광속 불변과 시계 동기화는 서로 분리된 주제가 아니라 같은 구조의 두 면이다. 이 구조는 다음 장에서 동시성의 상대성으로 이어진다.
4. 로런츠 변환

전자기학의 모순을 변환식으로 좁혀 간 헨드릭 로런츠.

상대성원리와 시간 맞추기의 의미를 날카롭게 정리한 앙리 푸앵카레.
정지계 K에 대해 속도 v로 움직이는 계 K'를 생각하자. 고전적 갈릴레이 변환은 x'=x-vt, t'=t라고 쓴다. 여기서는 모든 관측자가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 변환을 쓰면 빛의 속도는 두 계에서 같을 수 없다.
두 원리를 함께 만족시키는 관계가 로런츠 변환이다.
x' = γ(x-vt)
t' = γ(t-vx/c²)
γ = 1/√(1-v²/c²)
중요한 변화는 시간식에 위치 x가, 공간식에 시간 t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공간과 시간은 따로 변환되지 않는다. 논문의 제3절은 빛 신호를 이용한 동기화 조건에서 이 관계를 이끌어 내고, 한 계에서 구면으로 퍼지는 빛이 다른 계에서도 같은 속력의 구면파가 됨을 보인다.
일상 속 속도에서는 v/c가 매우 작아 γ가 거의 1이므로 갈릴레이 변환이 훌륭한 근사로 돌아온다. 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을 일상 영역에서 폐기하지 않고 더 넓은 이론 안에 포함한다.
5. 속도를 더하는 법
서로 움직이는 두 계에서 물체의 속도를 옮길 때는 단순 덧셈 대신 다음 관계를 쓴다.
u' = (u-v)/(1-uv/c²)
여기서 u=c를 넣으면 결과도 c다. 반면 u와 v가 빛보다 훨씬 느리면 분모가 거의 1이 되어 익숙한 u-v로 돌아온다. 이 식은 ‘빛만 특별 대우하는 규칙’이 아니라 로런츠 변환에서 모든 속도에 공통으로 따라오는 결과다.
아인슈타인 원전 번역 펼쳐보기 — 1905년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
원전과 함께 읽기 — 두 원리를 모두 버리지 않는 선택
1905년 논문은 자석과 도체의 비대칭 문제에서 출발해 두 시계의 시간을 맞추는 방법, 상대성원리와 광속 불변, 로런츠 변환과 속도합성으로 나아간다. 이 흐름에서 가장 먼저 붙들어야 할 질문은 ‘움직이는 물체에 무슨 일이 생기는가’가 아니라 ‘서로 움직이는 관찰자들이 길이와 시간을 어떻게 재는가’이다. 아인슈타인은 막대와 함께 움직이며 잰 길이와, 정지한 여러 시계를 맞춘 뒤 같은 시각에 막대 양끝을 재어 얻은 길이가 같다고 미리 가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대중서에서 광속 불변을 처음부터 기묘한 교리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의 어린이도 안다고 믿는 가장 단순한 법칙이라고 시작한 뒤, 그 단순함이 성실한 물리학자를 “가장 큰 지적 곤경”에 빠뜨렸다고 말한다.
“이 딜레마를 앞에 두면 상대성원리나 진공에서의 단순한 빛의 전파 법칙 가운데 하나를 버리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고전적인 속도 덧셈을 고수하면 달리는 기차에서 본 빛은 c보다 느려야 한다. 그러나 전자기학과 경험은 광속 법칙을, 갈릴레이 이래의 물리적 직관은 상대성원리를 지지했다. 그의 해결은 둘 중 하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충돌을 만들어낸 시간과 공간의 정의를 다시 조사하는 일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상대성이론이 무대에 등장했다.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개념을 분석한 결과, 상대성원리와 빛의 전파 법칙 사이에는 실제로 조금의 양립 불가능성도 없으며, 두 법칙을 체계적으로 굳게 지킴으로써 논리적으로 엄밀한 이론에 이를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상대론은 빛에 예외를 준 임시 처방이 아니다. 두 원리를 동시에 끝까지 지킨 결과, 동시성과 시간 간격과 공간 길이가 관측자의 운동 상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새로 세운 이론이다.
다음 장으로 — 동시성이 무너진 순간
빛의 속도를 모든 관성계에서 같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작지 않다. 멀리 떨어진 시계를 맞추는 방법이 운동 상태에 의존한다면, 한 관측자가 ‘동시에 일어났다’고 말하는 두 사건을 다른 관측자는 동시에 보지 않을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시간의 흐름보다 먼저 동시성이라는 바닥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살펴본다.
이 장의 인물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P03
1831–1879
「전자기장의 동역학적 이론」(1865)
빛을 전자기파로 통합해 뉴턴 역학과 전자기학 사이의 충돌을 드러냈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빛의 속도를 품은 방정식을 다음 세대에 넘겼다.
헨드릭 로런츠 P08
1853–1928
「움직이는 계에서의 전자기 현상」(1904)
전자기 법칙의 형태를 보존하는 변환과 국소시간을 발전시켰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아인슈타인이 시간의 물리적 의미를 다시 묻게 할 수학을 마련했다.
앙리 푸앵카레 P09
1854–1912
「전자의 역학에 관하여」(1905–1906)
상대성원리를 명료하게 표현하고 로런츠 변환의 군 구조를 전개했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물리 법칙이 관측자의 등속운동에 무관해야 한다는 요구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10
1879–1955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1905)
에테르를 가정하지 않고 빛 신호와 시계의 측정 절차에서 공간과 시간을 재구성했다.
다음 단계에 건넨 것
준비되어 있던 수학을 새로운 물리적 세계관으로 바꾸었다.
아인슈타인 원전 —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 D06
특수상대성이론을 처음 발표한 논문.
수식 심화
뉴턴의 속도 덧셈 법칙을 광속에 그대로 적용하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 u' = \frac{u - v}{1 - uv/c^2} $$
u — 정지계에서 잰 속도 / v — 두 관성계의 상대속도 / u′ — 움직이는 관성계에서 잰 속도 / c — 진공에서 빛의 속도
u=c를 대입하면 u′도 그대로 c가 나온다. 광속은 어떤 관성계에서 재도 똑같이 c로 남는다 — 뉴턴의 단순한 덧셈(u′=u−v)과 달리, 속도가 커질수록 분모의 보정 항이 그 차이를 정확히 상쇄한다.
적용 한계 — u, v가 c보다 훨씬 작으면 분모가 거의 1이 되어 뉴턴의 덧셈 법칙으로 돌아간다 — 일상의 속도에서 상대성이론과 뉴턴 역학이 사실상 구별되지 않는 이유다.
당대·후대의 반응
이 장의 계보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전자기장의 동역학적 이론」(1865)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1905)
전자기학과 고전역학 사이의 충돌이 40년 뒤 특수상대성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