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빛의 속도와 중력장의 정역학 (선별 번역)” |
원제: Lichtgeschwindigkeit und Statik des Gravitationsfeldes 저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출처: Annalen der Physik, 제4계열, 38권 (1912), 355~369쪽. (1912년 2월 26일 접수, 프라하에서 집필) 원문 파일 번호: 1-02 번역 범위: 선별 번역 — 문제 설정, 등가원리의 물리적 설정, 위치에 따른 빛의 속도, 장방정식의 제안, 이 접근법의 한계
이 논문은 아인슈타인이 프라하 대학 재직 시절(1911~1912)에 쓴 것으로, 1911년 논문 “빛의 전파에 대한 중력의 영향(Über den Einfluß der Schwerkraft auf die Ausbreitung des Lichtes)”에서 처음 제시한 등가원리를 본격적으로 발전시켜, 정적 중력장을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속도” \(c(x, y, z)\) 하나의 스칼라 함수로 기술하는 최초의 체계적인 “정적 중력장 이론(Statische Gravitationstheorie)”을 구축한 글이다. 이 이론은 훗날 그로스만과 함께 쓴 1913년 “Entwurf” 논문(이 프로젝트에서 이미 번역함, [[일반화된 상대성이론과 중력이론 초안 (선별 번역)]] 참조)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초기 단계의 시도이며, 이 논문 자체에서 이미 로렌츠 변환이 무한소 영역에서조차 유지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특수상대성이론을 넘어서야 할 필요성을 드러낸다.
같은 권에 곧바로 이어지는 논문 “정적 중력장 이론에 관하여(Zur Theorie des statischen Gravitationsfeldes)”(같은 권 443~458쪽)가 이 논문에서 제안한 장방정식을 뉴턴의 반작용 원리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수정하므로, 두 논문은 한 쌍으로 읽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두 논문을 각각 1-02, 1-03으로 나누어 선별 번역했다.
출처 확인에 관하여. 폴더에 있던 독일어 원문
HTML(1-02_1912_빛의속도와_중력장의정역학_독일어본문.html)은
MPIWG(막스플랑크 과학사연구소) ECHO 서비스의 텍스트 뷰어를 저장한
페이지였는데, 저장된 범위가 논문의 첫 쪽 텍스트뿐이어서 전문을 얻기에
부족했다. 이번에도 지난번 1918년 중력파 논문(1-01) 때와 같은 방법을 썼다
— 독일어 위키문헌(Wikisource)의 아인슈타인 저술 목록에서 이 논문이
실제로 실린 Annalen der Physik 1912년 38권(제7호)의 서지사항을
확인한 뒤, Internet Archive에 있는 해당 권(識別子:
sim_annalen-der-physik_1912_38_7)의 OCR 전문에서
355~369쪽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 이를 저본으로 삼았다. 이 스캔본은
고딕체(프락투어) 인쇄를 기계 OCR로 읽은 것이어서 오탈자와 지면 배치가
흐트러진 부분이 있으며, 특히 수식이 많은 문단에서는 조판이 심하게 깨져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번역은 아래에 밝힌 것처럼 개념적으로 중요한 산문
대목을 중심으로 선별 번역하며, 수식은 (원문 OCR과 이 분야의 정설로
알려진 형태를 대조하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 제시하되, 일부
세부 계수는 완전히 확정하지 못했음을 밝혀둔다.
용어는 이 프로젝트의 기존 번역들과 통일했다: 등가원리(Äquivalenzprinzip), 가속도장(Beschleunigungsfeld), 정적 중력장(statisches Gravitationsfeld), 강체(starrer Körper), 장방정식(Feldgleichung) 등.
작년에 발표한 논문[^1]에서 나는, 중력장과 좌표계의 가속 상태가 물리적으로 동등하다는 가설로부터 몇 가지 귀결을 이끌어냈으며, 이는 (균일한 운동의 상대성 이론인) 상대성이론의 결과와 매우 잘 부합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 이론의 근본 명제 가운데 하나 — 즉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명제 — 는 오직 중력퍼텐셜이 일정한 시공 영역에 대해서만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비록 이 결과가 로렌츠 변환의 일반적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미 들어선 길을 계속 따라가는 것을 단념할 이유는 없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가속도장”이 중력장의 특수한 경우라는 가설은 — 특히 첫 논문에서 이미 이끌어낸, 에너지 함량이 무게를 가진다는 귀결을 고려할 때 — 매우 개연성이 높아서, 이 등가원리 가설의 귀결을 더 정밀하게 전개하는 일이 요청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아브라함(Abraham)이 중력이론을 하나 세웠는데[^2], 이는 내 첫 논문에서 이끌어낸 귀결들을 특수한 경우로 포함한다. 그러나 이하에서 우리는, 아브라함의 방정식 체계가 등가원리 가설과 조화될 수 없으며, 그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가 이미 순전히 수학적-형식적인 관점에서부터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논문의 §1(“가속도장에서의 공간과 시간”)에서 아인슈타인은 등가원리를 구체적인 좌표계로 옮긴다. 기준계 \(K\)(좌표 \(x, y, z\))가 그 \(x\)축 방향으로 (보른의 의미에서) 균일하게 가속되고 있다고 하자. 즉 가속을 겪지 않는 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잰 \(K\)의 원점의 가속도가 일정한 값이라는 뜻이다. 등가원리에 따르면 이러한 계 \(K\)는, 특정한 종류의 질량 없는 정적 중력장이 존재하는 정지계와 엄밀하게 동등하다.
\(K\)의 공간적 측정은, 정지 상태에서 같은 지점에 놓고 비교했을 때 같은 길이를 갖는 자로 이루어진다고 전제한다 — 이렇게 정의된 길이에 대해 유클리드 기하학의 명제들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전제가 자명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물리적 가정을 담고 있음을 분명히 지적한다: 예컨대 균일하게 회전하는 계에서는, 로렌츠 수축 때문에 원둘레와 지름의 비가 이 정의를 적용했을 때 2와 달라질 것이므로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자와 좌표축은 강체로 취급되는데,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진정한 강체는 실재할 수 없음에도 이것이 허용되는 이유는, 강체 측정체를 서로 압력을 가하지 않도록 이어붙인 수많은 작은 비강체 물체들로 대체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K\)계에서의 시간 \(t\)는, 빛줄기가 \(K\)의 한 점 \(A\)에서 다른 점 \(B\)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A\)에서 빛이 발사된 시점에 의존하지 않도록 배치된 시계들로 측정한다고 전제한다. 그런 다음 아인슈타인은 이 가속계 \(K\)를, 가속을 겪지 않는(즉 일정한 중력퍼텐셜을 갖는) 기준계 \(\Sigma\)(\(\xi, \eta, \zeta, \tau\))에서 바라본 좌표 변환식을 전개한다(이하 §1의 나머지 부분은 이 변환식과, 빛이 퍼져나가는 구면의 방정식이 두 계에서 일치해야 한다는 조건으로부터 계수들을 결정하는 다소 긴 대수적 전개이므로, 이 선별 번역에서는 세부 전개를 생략하고 핵심 결과만 소개한다). 그 결과 얻어지는 것이, \(K\)계에서 빛의 속도 \(c\)가 \(x\)에는 의존하지만 \(t\)에는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 \(c(x)\)가 바로 다음 절들의 중심 개념이 된다.
§2(“정적 중력장의 미분방정식, 정적 중력장에서 물질점의 운동방정식”)에서 아인슈타인은 앞선 논문에서 이미, 정적 중력장에는 퍼텐셜이 존재하며 장이 \(c\) 하나로 결정된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질량이 없는 곳에서는
\[\Delta c = 0\]
이 성립해야 하며, 이는 물질이 있는 경우 다음과 같은 푸아송 방정식의 유사물로 일반화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Delta c = k c \sigma\]
여기서 \(k\)는 (보편) 중력상수, \(\sigma\)는 물질의 밀도다. \(c\)의 의미로부터, \(c\)는 상수배의 부정성을 갖는다는 것이 직접 따라 나오므로(즉 \(K\)의 원점에서 시간 \(t\)를 재는 시계를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푸아송 방정식에 대응하는 방정식은 \(c\)에 대해 동차(同次)여야 한다. 이런 종류의 가장 단순한 방정식이 바로 위의 선형 방정식이다. 여기서 밀도 \(\sigma\)는, 주어진 물질에 대해 그것이 놓인 중력퍼텐셜과 무관하게 정의되도록 — 즉 질량을 그 물질이 어떤 중력퍼텐셜에 있든 상관없이 정의되는 방식으로 잡는다.
이어서 아인슈타인은 §1의 가속도장 논의에서 얻은 운동방정식을 이용해, 정적 중력장 속 물질점의 운동방정식을 유도하고, 정지한 물질점의 에너지가
\[E = mc^2 + \cdots\]
로 전개된다는 것(식 8a)을 보인다. 이로부터, 여기서 정의된 “에너지”가 통상적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중력장 속에서 정지한 점의 에너지가 정확히 \(mc^2\)라는 중요한 결과가 따라 나온다고 서술한다. 물질점에 작용하는 중력은
\[\mathfrak{R} = -m\,\mathrm{grad}\,c\]
로 주어진다(식 4).
§3(“정적 중력퍼텐셜의 물리적 의미에 관한 소견”)에서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의 핵심 물리적 함의를 설명한다. 거의 일정한 중력퍼텐셜을 가진 공간에서, 특정한 하나의 시계로 빛이 정해진 길이의 닫힌 경로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여 빛의 속도를 재면, 그 측정을 어떤 크기의 중력퍼텐셜을 가진 공간에서 수행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값을 얻는다 — 다만 이때 사용하는 시계는 항상 같은 시계이며, 매번 그 값을 측정하려는 지점으로 옮겨진다는 조건에서다. 이는 등가원리로부터 직접 따라 나온다.
만약 어떤 점 \(P\)에서의 빛의 속도가 다른 점 \(P_0\)에서보다 \(c/c_0\)배 크다고 말한다면, 이는 곧 우리가 \(P\)에서 시간을 측정할 때 \(P_0\)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데 쓰는 시계보다 \(c/c_0\)배 느리게 가는 시계를 써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 다만 두 시계의 빠르기를 같은 장소에서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시계는 그것을 \(c\)가 더 큰 곳으로 옮길수록 더 빨리 간다. 시간 경과의 빠르기가 중력퍼텐셜 \(c\)에 이렇게 의존한다는 것은, 임의의 과정의 시간 경과 전반에 대해서도 성립하며, 이는 이미 이전 논문에서 서술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방식으로 당겨진 용수철의 장력, 나아가 임의의 계가 지닌 힘이나 에너지는 언제나 그 계가 놓인 곳의 \(c\)가 얼마나 큰가에 의존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초보적인 논증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c\)를 가진 여러 작은 공간 영역에서 차례로 실험을 하면서 언제나 같은 시계, 같은 자 등을 쓴다면, (중력장의 세기가 다르다는 것을 제외하면) 어디서나 같은 상수를 가진 같은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 이는 등가원리로부터 따라 나온다. 이때 시계로는 이를테면 거리 \(1\,\mathrm{cm}\) 떨어진 두 거울을 써서, 빛 신호가 왕복하는 횟수를 세는 방식을 쓸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아브라함이 \(j\)로 표시한 일종의 국소시간을 다루게 된다. 이 국소시간은 보편시간과 다음 관계에 있다:
\[dj = c\,dt.\]
이 국소시간 \(j\)로 측정하면, 특정하게 당겨진 용수철이 질량 \(m\)에 부여하는 속도 \(dx/dj\)는 그 과정이 어떤 크기의 \(c\)를 가진 곳에서 일어나든 상관없이 일정하다. 즉 이 속도에 대응하는 운동에너지는 (식 8에 따르면) \(c\)에 비례하는 것으로 주어져야 하며, 이로부터 용수철의 에너지도 \(c\)에 비례하고, 임의의 계의 에너지와 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따라 나온다.
이러한 의존성은 직접적인 물리적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서로 다른 중력퍼텐셜을 가진 두 점 \(P_1\)과 \(P_2\) 사이에 질량 없는 실을 매달아 놓았다고 하자. 완전히 똑같은 두 용수철 가운데 하나는 \(P_1\)에서, 다른 하나는 \(P_2\)에서 그 실을 당겨서 평형을 이루게 한다면, 두 용수철이 겪는 늘어남 \(l_1\)과 \(l_2\)는 서로 같지 않을 것이며, 평형 조건은 \(c\)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로 표현된다. 끝으로 아인슈타인은, 정적 중력장 속에서 거리 \(r\)만큼 떨어진 두 질량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 역시 1차 근사에서 \(c\)에 비례한다는 것과, 어떤 질량 \(m'\) 주위를 오직 그 중력만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도는 “중력시계”의 회전 속도 역시 \(c\)에 비례한다는 것을 보여, 위와 같은 결론이 여러 방식으로 일관되게 성립함을 확인한다.
§4(“공간과 시간에 관한 일반적 소견”)에서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이 옛 상대성이론(즉 보편적인 \(c\)를 전제하는 이론)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묻는다. 아브라함의 견해에 따르면 로렌츠의 변환식은 무한소 영역에서는 여전히 성립해야 한다 — 즉 완전한 미분이 되는 \(x\)-\(t\) 변환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논증한다. 줄표 없는 계에서 중력장이 정적이라 하자. 그러면 \(c\)는 \(x\)의 임의로 주어진 함수이되 \(t\)에는 의존하지 않는다. 줄표 붙은 계가 “균일하게” 운동하는 계이려면, \(x\)를 고정했을 때 \(v\)가 \(t\)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방정식들의 좌변이, 따라서 우변도 사라져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 \(c\)가 \(x\)의 임의의 함수로 주어졌을 때, \(v\)를 \(x\)의 함수로 아무리 적절히 선택하더라도 우변의 두 항을 동시에 사라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c\)의 보편적 불변성을 포기하는 순간, 무한소 시공 영역에 대해서조차 로렌츠 변환을 고수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다.
아인슈타인은 이어서 이렇게 쓴다: “내게는 시공 문제가 다음과 같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정한 중력퍼텐셜을 가진 영역으로 국한한다면, 자연법칙은 그 영역을 일정한 \(c\)를 가진 로렌츠 변환으로 서로 연결되는 다양체의 시공계에 관계 지을 때 두드러지게 단순하고 불변인 형태를 띤다. 일정한 \(c\)를 가진 영역으로 국한하지 않는다면, 서로 동등한 계들의 다양체, 그리고 자연법칙을 바꾸지 않는 변환들의 다양체는 [일정 \(c\)의 경우보다] 더 커지겠지만, 그 대신 법칙들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이 대목은 이 논문이 지닌 근본적 한계이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동력이기도 하다 — 즉 빛의 속도를 단일한 스칼라 함수 \(c(x,y,z)\)로 놓는 이 정적 이론의 틀 안에서는, 로렌츠 변환이라는 특수상대성이론의 핵심 대칭성조차 국소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 한계는 곧이어 발표되는 논문(“정적 중력장 이론에 관하여”, 1-03)에서 장방정식 자체의 수정으로, 그리고 이듬해 그로스만과의 공동작업(“Entwurf”, 1913)에서 계량텐서 \(g_{\mu\nu}\) 전체로 중력장을 기술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간다.